Miss.You.Already.2015.1080p.BluRay.X264-AMIABLE

정말 어이가 없네

 

애 아빠란 인간은
나타나지도 않고

 

맙소사

 

분명...

 

남편은 따로 있는데
제 옆엔 선생님뿐이네요

 

연락할 사람
더 없어요?

 

진통제나 왕창 줘요

 

약을 쓰기엔
너무 늦었어요

 

약은 언제나 옳아요

 

죽겠네

 

죽겠어

 

그렇지
숨 내쉬고

 

오, 생명의 탄생이란!

 

여자의 일생 중
가장 아름다운 경험이지

 

좋아요
잘하고 있어요

 

아파 죽겠어요!

 

삽으로 코를 후벼파는 것보다
조금 덜 아픈 정도?

 

심호흡해요, 제스

 

밀리를 불러줘요

 

밀리가 누구죠?

 

밀리

 

나의 베스트 프렌드

 

제대로 된
친구라면

 

임신하기 전에
날 뜯어말렸겠지

 

밀리를 처음 만난 건

 

아빠가 영국으로
발령을 받았을 때다

 

자, 여러분
전학생이 왔어요

 

미국에서 온
제스를 소개합니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 말투가 멋진데?
- "난 미국인이야"

 

자, 그럼

 

미국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밀리?

 

미국 교도소엔
전기의자가 있어요

 

밀리는
내 편을 들어줬고

 

영국식 억양도
가르쳐줬다

 

이런 바보 똥개
똥멍청이들아!

 

잘했어!

 

밀리의 엄마는
TV 여배우였다

 

밀리

 

1989년 4월

 

엄마 어떠니?

 

늙은 여우 같아

 

숙제나 해!

 

'히스클리프 씨는...'

 

'건장한 체격의
미남이었다'

 

안녕, 숙녀분들

 

왕좌 구경할래?

 

우린 모든 걸
함께했다

 

첫 키스

 

남자애랑 키스했어!

 

첫 경험

 

1995년 7월

 

가슴 보여줘!

 

티셔츠 따위
벗어버려!

 

가슴 보여줘!

 

티셔츠 따위
벗어버려!

 

밀리!

 

거기서 뭐 해?

 

제스!

 

나 방금 섹스했어!

 

2002년 11월

 

첫 임신의 순간까지

 

 

헤이, 아가씨들!

 

축하해

 

애 아빠는 누구야?

 

농담이야

 

밀리는 완전 진지해

 

멋진데?

 

좋은 일이잖아

 

가족이 생기겠군!

 

우리 가족이 생긴다고!

 

밀리는 뭐든
나보다 한발 앞섰다

 

2003년 5월

 

킷은 밴드생활을 관두고
안정적인 일을 시작했다

 

2005년 11월

 

사운즈!

 

폼나는 직업이었다

 

스피커를 잘 찍어
이걸 팔아야 하니까

 

우리 둘째도 찍어줘

 

2006년 4월

 

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느라 바빴다

 

스칼렛, 여기엔
토마토를 심자

 

그러다 상남자 일꾼과
사랑에 빠져버렸다

 

미안해, 친구

 

괜찮아?
정말 미안해

 

2008년 6월
다음 트럭은 언제 와?

 

무슨 트럭?

 

당신 구두만 해도
한 트럭 아냐?

 

미용실 차려도 되겠어

 

오, 줄리엣!

 

집 한번 끝내준다!
내 집이야!

 

우리 집이지
같이 사는 거야

 

섹스는 여기서 하자

 

장소가 뭔 상관이야?

 

키스해줘

 

밀리는 아주 멋진
엄마가 되었다

 

- 사랑해
- 나도

 

벤, 아빠한테
보여줘 봐

 

2010년 10월
무슨 미꾸라지니?

 

- 난 몰라
- 완전 잘하네!

 

그때까지 난
아이가 없었다

 

너도 쟈고랑
애 좀 만들어 봐

 

- 노력 중이야
- 멋진 경험이라니까

 

별로 모범적인 친구는
아니었지만

 

어머니의 장례식에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늘 내 곁에 있었다

 

어쩌면 좋니...

 

생일 축하해요
제스 이모!

 

준비하시고!

 

생일 축하해!

 

같이 찍은 사진이
추억만큼 가득했다

 

그때까지는...

 

"미스 유 올레디"

 

- 안녕하세요
- 어서 와요

 

와서 앉으세요

 

자, 밀리

 

검사결과 확인하러
오는 걸 깜빡했네요

 

가슴에 있는 혹의
조직검사 결과...

 

악성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괜찮아요?

 

몇 가지 검사를
더 해볼 거예요

 

CT 촬영으로
흉부와 복부, 골반에

 

전이 여부를
확인하고

 

림프절의 상태도
살펴볼 겁니다

 

현재로선 항암치료가
유일한 방법이에요

 

다 먹은 거야?

 

야채도 먹기로 했잖아

 

치즈랑 빵만 먹으면
어떡하냐

 

엄마한테 뽀뽀해줘
무슨 일 있어?

 

음식에 손도 안 댔네

 

밥 좀 먹어

 

제스와 쟈고

 

오늘 임신가능일 아냐?

 

일하러 가기 전에
한번 할까?

 

그럴까?

 

잠깐만

 

- 기다려 봐
- 왜? 뭐 때문에?

 

왜 그러는데?

 

그건 뭐야?
햄스터용 노트북?

 

배란일 모니터야

 

아침 첫 소변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어

 

가끔은 그냥
좀 즐기면 안 돼?

 

계속 노력해도
안 생기면 어떡해?

 

밖에서 20대 여자랑
애 만들 거 아냐?

 

당신도 20대잖아

 

깜빡 속았네!

 

계란 다 익었어

 

오늘은 아니네

 

내 턱시도 바지 봤어?

 

세탁물 가방에 있어

 

정장 입기 귀찮다

 

- 쟈고는 편하게 입을걸?
- 그편이 나아

 

그만 투덜대
누가 당신 쳐다본다고

 

들러리나 마찬가지야

 

밀리!

 

벤의 머리에
이가 있나 봐

 

이런, 학교만 가면
이를 옮아오네

 

네가 소독 좀 시켜

 

난 이런 거 질색이야

 

이가 뇌를
빨아먹고 있어!

 

머리 말려야지
욕실로 돌아가, 얼른!

 

엄마 때문에
더 골치가 아프네

 

당신이 이 동네로
모셔온 거잖아

 

공짜로 애들 맡길
생각만 했지

 

어머, 스칼렛도 옮았네!

 

할머니, 그만해요!

 

할머니가 뭐니?
미란다라고 불러

 

밀리, 애들 머리 좀
빗겨라

 

이런 건
엄마가 해야지

 

물론이죠

 

좋아요, 이는
제가 잡을 테니

 

엄마는 자선행사 가서
손님 200명 상대하세요

 

스타일 멋지네

 

더 빵빵하게 좀 해봐

 

난 홍보 담당이지
술집 마담 아니에요

 

세탁물 가방에
이게 들어있던데

 

아빠, 왜
쫄바지 입었어요?

 

세탁소 바꿔야겠다

 

이를 잡으면
톡 하고 터져요

 

- 저리 치워
- 이제 그만!

 

어서 욕실로 돌아가!

 

여러분의 후원으로
26만 명에게

 

안전하게 깨끗한 물을
제공해 왔습니다

 

더 많은 우물을 짓도록
도와주십시오

 

안녕하세요
정말 반갑습니다

 

잘 오셨어요

 

즐거운 시간 되세요

 

술 취해서 비싼 경매품
막 지르면 안 돼

 

물건을 못 살 정도로
취해버리면 어때?

 

좋아

 

왜들 이래?

 

오늘 밤은
자제 좀 해줘

 

나 일하는 중이니까

 

그나저나...

 

너 오늘 진짜 예쁘다

 

엄마는 가슴이
빈약해 보인다던데?

 

어련하실까

 

이제 가봐야겠어

 

착한 일 좀 하시라고
부자들 설득해야 돼

 

밀리

 

고품격 미담을 들은 척
반응 좀 해줘

 

사랑하는 이에게
암 소식을 전하는 법

 

해피 발렌타인 데이!

 

이거 당신 선물
아닌가?

 

아니

 

난 벌써 입었지

 

다녀올게

 

- 해피 발렌타인 데이!
- 이런!

 

그런 건 전부
상술인 거 알지?

 

알아

 

있잖아

 

우리도 인공수정을
해보는 건 어때?

 

시험관 말이야

 

많이들 하잖아

 

우린 무상치료 받을
자격이 안 되잖아

 

국민건강보험에서
지원해주는 거 말고

 

또 배 타려고?

 

- 오래 안 걸려
- 싫어

 

- 당신 힘들잖아
- 그러니 돈을 많이 주지

 

난 두통약도 안 먹어

 

약 먹을 생각만 해도
끔찍해

 

나도 샘플통에 정자 쏟아낼
생각하면 끔찍해

 

그래도 공구세트를 물려줄
후계자를 만드는 일이잖아

 

자기야

 

해피 발렌타인 데이!

 

드릴 세트?

 

생각해 볼 거지?

 

알았어

 

- 여보세요?
- 나야

 

점심시간에 뭐 해?

 

일해야 돼

 

상수도 위생팀과
점심 겸 회식이야

 

그렇구나

 

무슨 일 있어?

 

밀리?

 

일주일 전에 알았다고?

 

킷은 아직 모르고?

 

항암치료를
곧 시작해야 돼

 

당장 내일부터라도

 

이제 대머리 되겠네

 

대머리 흔해

 

남자들은 많지

 

아기들이랑
ET도 있네

 

난 아니라고

 

유방을 잘라낼 수도 있어

 

아직 그런 말은 없었잖아

 

그럴 수도 있다고

 

종양이 몇 개나 있대?
정기검진 안 받았어?

 

- 그동안 바빴어
- 세상에

 

무슨 종양이
그렇게 크대?

 

공격적이라서 그래
지금의 너처럼

 

암 덩어리가 있는 거야?

 

내 몸 속에
잘 들어있어

 

병원에 더 일찍 갔어야지

 

이렇게 될 줄 알았나

 

내가 멍청한 말을 했네
미안해

 

너무 늦었나?

 

세탁기에 같이 넣으려고

 

- 긍정적으로 생각해
- 나 죽으면 어쩌지?

 

- 또 그런 말 하면...
- 뭐?

 

그런 말 하지 마

 

다 잘될 거야

 

이런 상황에 어떻게
웃음이 나오지?

 

우리 애들이 이런 일을
겪어야 한다니

 

애들은 걱정 마
괜찮을 거야

 

치료 과정을 다 볼 텐데
나중에 상처가 될 거야

 

더 사랑해주면 되지

 

우리가 아껴주면 돼

 

당신이 잘 키워왔잖아

 

예쁜 간호사가
치료약을 가져와서

 

링거 주사를
놓을 거야

 

이 약은
군인들처럼

 

엄마 몸 속으로
행진해 들어와

 

- 왼발, 오른발!
- 왼발, 오른발!

 

그리고 나쁜 암세포를
없애는 거지

 

나도 치료받을래!

 

사격 실력이 모자란
군인들이

 

암세포 말고
멀쩡한 곳을 공격하면

 

엄마가 아프겠지?

 

안전을 위해서

 

엄마의 머리카락을
다 잘라버릴 수도 있어

 

엄마가 낫기 위해
다 필요한 과정이야

 

그러니 모두들 엄마가
빨리 낫도록 도와주세요

 

엄마 잘한다, 그치?

 

괜찮지?

 

당신은 가봐
나 괜찮아

 

제스가 옆에서
도와줄 거야

 

늘 그렇듯이

 

그럼 장모님네 가서
애들 데려올게

 

자, 뭐가 필요해?

 

잡지, 네일아트

 

웃긴 동물 나오는
유튜브 영상

 

오, 침대 완전 좋은데?
바이브레이터는 없니?

 

- 몇 개 있지
- 아싸!

 

이분은
간호사 샘이야

 

샘, 이쪽은 제스예요
제 오랜 친구죠

 

 

전 파란색 모자로 할게요

 

이 항암치료는
모발 보존 확률이 20%예요

 

통증이 심한 경우도 있고요

 

전 괜찮았어요

 

- 파란 모자 줘요
- 파란 모자 달라네요

 

분부대로 하지요

 

와, 바늘 엄청 크네요

 

맞아요
무시무시하죠

 

시작할게요

 

정맥이 예쁘네요

 

내 정맥이 예뻤구나

 

어쩐지 예쁘다 했어

 

너 지금
슈퍼히어로 같아

 

콕 집어 누군지는
모르겠다

 

착한 놈인지
나쁜 놈인지도 헷갈려

 

'캡틴 아메리카'
같기도 하고

 

아님 '아쿠아걸'?

 

이글루에 사는
히어로로 해줘

 

아이스크림 먹은 것처럼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아이스크림 가게를
통째로 해치운 것처럼

 

그래
캡틴 아메리카야

 

항암치료는
지겹도록 계속됐다

 

밀리가 말한 내 역할은
치료 때 같이 와서

 

짜증을
달래주는 거였다

 

자, 이건 앞으로
제스 담당이에요

 

재활용 토 그릇이네

 

약을 먹고 있으니
그건 필요 없을걸요

 

난 필요할지도 몰라
주사 바늘 보면 메스꺼워

 

- 내 약 줄까?
- 응

 

여기가 콘서트장이에요?

 

약은 함부로
나눠먹으면 안 돼요

 

분위기 다 깨네

 

구토완화제는 환자 중
80%에게만 효과가 있어요

 

밀리가 나머지
20%일지 모르죠

 

이러지 마요!
전문장비예요

 

고마워요

 

밀리 좀
잘 지켜봐요

 

고마워요, 샘

 

모자 멋진데?

 

그의 이미지를
회복시킬 방안은?

 

간단해요
자선사업을 늘리고

 

아동과 의료계 후원을
중심으로...

 

밀리 의견은 어때?

 

바람기 좀 자제하라고
권유해보지 그래?

 

차마 그 얘긴
못 하겠더라

 

샘, 다 했어요?

 

나이스 샷!

 

세상에

 

버마인 생머리

 

말레이시아인 생머리

 

난 말레이시아 처녀로 할게

 

그러시든가

 

몽골인 생머리는 어때?

 

어머, 밀리!

 

이 가발들
엄청 비싸다

 

내 꼴 좀 봐
돈이 문제겠어?

 

여러분!

 

이분은 질이야

 

가발 제조의 달인이지

 

영화 업계의 전설이야

 

낯간지러우니
그만해

 

반가워요, 밀리

 

가발을 새로
만들 수도 있지만

 

우선 여기 있는 걸
써보도록 할게요

 

느낌만 보자고요

 

- 괜찮죠?
- 좋아요

 

몇 개 추려봤어요

 

앞쪽을 좀 잡아주세요

 

고마워요

 

모양을 잡아볼게요

 

오, 이런

 

80년대 정치적인
레즈비언처럼 보이네요

 

재미없거든

 

이번엔 좀 더
파격적으로 가볼까요?

 

나이트클럽 가기
딱 좋은 분위기네요

 

자기 생각은 어때?

 

전혀 안 끌려

 

맘에 들어요?

 

- 약간 고딕풍이다
- 그러게

 

갑자기 튀어나와서
피를 마실 것 같아

 

그럼 이건 안 되겠군

 

이거 한번
씌워봐도 될까요?

 

계속 눈길이 가네요

 

'고아 애니' 만화에서
'대디'가 말하지

 

"태양은 내일 떠오른다"

 

푸들 머리네

 

가발 티
안 나는 거 없어요?

 

색깔은?

 

어울리는 걸로요

 

위쪽 털, 아래쪽 털?

 

아래쪽은 밀었어요

 

그럼 위쪽에 맞춰서

 

특별한 게 하나 있어요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에서 썼던 거

 

- 마틴 스콜세지?
- 맘에 쏙 들 거야

 

몇 년 전에 참여했어

 

그런 말 없었잖아

 

이메일 보냈었어

 

조금 조이겠지만
괜찮아질 거예요

 

잠깐만요

 

약간만 손보면
완벽하겠어요

 

네, 바로 이거네요

 

- 감사합니다
- 천만에요

 

- 고마워, 질
- 그거 벗으시고요

 

이게 딱이겠다 싶었는데
진짜 잘 어울리네

 

밀리, 이제...

 

그냥 이거 다
밀어버리는 게 어때요?

 

지금요?

 

어차피 곧
다 빠질 거예요

 

괴기스러운 모습을
피할 수 있잖아요

 

그래요, 하죠 뭐

 

잘 생각했어요

 

주전자 좀
올려놓고 올게

 

그러세요
제가 도울게요

 

때론 지켜보는 사람들이
더 힘들지

 

준비됐어요?

 

 

표범 무늬 같네요

 

환자 아니고 표범?

 

기념으로 가져갈래요?

 

아뇨
싫은데요

 

그래요
징그럽긴 하네

 

그래도 추억 삼아
가져가는 사람도 있어요

 

고맙다, 제스

 

이건 불공평해

 

너무 예쁘잖니

 

고마워요, 엄마

 

부드러운데?

 

고마워요, 질

 

보기 좋네요

 

치즈?

 

치즈라니?

 

치즈는
냄새나고 역겨워!

 

누가 그런 말
가르쳤어?

 

뭐, 치즈?

 

잘 빠져나가네

 

쟤 지난번에
욕도 했어

 

- 벤!
- 아빠는 웃었어

 

- 어서 옷 입어!
- 엄마도 안 입었잖아

 

벤!
엄마 아직 아파

 

엄마?

 

완전 건강해

 

수영복 가방 어쨌어?

 

- 아빠는 어디 있고?
- 통화 중이야

 

여보, 나 좀 도와줘

 

일 전화야
홍콩 계약 건 때문에

 

- 엄마가 태워다 줄 거야?
- 아니, 오늘은 아빠랑 가

 

벤이 내 옷에
꿀 뿌렸어요!

 

벤, 그만해!
자기가 해결 좀 해줘

 

알았어
일 좀 처리하고

 

집안일이 급하다고 해
아내가 암 걸렸다고

 

그건 수없이 써먹었어
골치 아파 죽겠네

 

어떡해, 우리 남편...

 

스칼렛, 가서
깨끗한 옷 찾아 입어

 

깨끗한 옷 없어

 

- 아, 그렇구나
- 금방 할 거야

 

'멀티태스킹' 몰라?

 

가자
엄마가 데려다줄게

 

아싸!

 

대머리론 안 돼
그 모자 싫어

 

친구들이 보면 어떡해?

 

- 그럼 등산 모자 쓸까?
- 그것도 안 돼

 

수영장 입장료가
얼마나 비싼 줄 알아?

 

서둘러!

 

엄마한테 업혀

 

벤!

 

- 엄마 아직 아프다니까
- 괜찮아

 

엄마 안 아파

 

가서 쉬어
애들은 내가 맡을게

 

왜 아프다고
얘기 안 했어?

 

아빠는 진짜
여자 마음을 모르네

 

앞으로 이거 먹지 말자
별로 맛없어

 

안녕?

 

여보세요? 밀리?

 

누군가 있겠지

 

뭐라고?

 

짠 하고 나타나서
상황을 정리해 줄 사람

 

물건도 대신 사 오고
애들도 학교에 데려다주고

 

친구들이랑 놀 때
따라가 주고

 

남편처럼?

 

미안, 킷을 흉본 건
아니었어

 

그렇군

 

- 어머니는 어때?
- 엄마는 뭐...

 

역시나 무모하게

 

유치한 TV 시리즈에
출연하기로 했어

 

'셰익스피어의 여인들'에
캐스팅 되셨구나, 잘됐다

 

'셰익스피어의 암캐들'이
더 어울릴걸?

 

엄마한텐 잘된 일이지

 

난 그저 그래

 

좀 자야겠다

 

내 백혈구들이
지쳤나 봐

 

또 전화할게

 

그래, 쉬어

 

- 별일 없어?
- 응

 

어디 가?

 

어디겠어?

 

가서 며칠만
도와줘야겠어

 

할 만큼 한 거 아냐?

 

시험관 일정도
미뤘잖아

 

밀리는 모르잖아

 

항암치료 이후에 하기로
서로 합의했고

 

그건 당신 생각이지

 

우리 삶을
언제까지 미룰 건데?

 

당신 참 이기적이다

 

밀리의 기분이 어떨지
생각해봤어?

 

뭐라고?

 

난 우리 아기가
갖고 싶을 뿐이야

 

날 나쁜 놈으로
몰아가지 말라고

 

좀 비켜줄래?

 

그래, 알았어

 

치료 시작해볼게

 

일단 대출받고
자기가 일해서 갚아

 

쟈고!

 

뭐야, 놀랐잖아!

 

미안해요
다시 해볼게요

 

'그의 얼굴은 집시처럼
거무스름했고'

 

'옷차림이나 매너는
신사다웠다'

 

'그는 건장한 체격의
미남이었고'

 

'성격은 과묵했다'

 

왜 여자들은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 타입을 좋아하죠?

 

다아시?

 

히스클리프의 매력은
전혀 다른 섹시함인데?

 

눈 앞의 남자도
나름 섹시하답니다

 

선생님 모셔올 동안
잘 생각해보세요

 

웬일이니!

 

다시 묻지 마
안 된다고 했어

 

 

장난감 내려놓고
야채 좀 먹어

 

왜 다 골라내니?

 

- 양상추 좀 먹어
- 엄마!

 

엄마!

 

- 당신 왔어?
- 안녕

 

왜 이렇게 반겨주지?

 

아빠 완전 못됐어

 

원래 나쁜 남자야
그래서 내가 결혼했지

 

스칼렛한테 귀 뚫으면
안 된다고 했어

 

제이드는 귀 뚫었어

 

비앙카는 이번 주말에
뚫을 거고

 

우리 반에서
나만 남았다고

 

남자애들도
다 뚫었어?

 

펠릭스랑 아키는 했어

 

엄마가 연휴 동안
생각 좀 해볼게

 

멋지네

 

부부가 이렇게
손발이 안 맞아서야

 

아직 허락 안 했어

 

엄마 아빠는
몇 살 때 귀 뚫었어?

 

글쎄, 기억 안 나

 

할머니 말로는
10살 때라던데?

 

허락도 안 받았다며?

 

너희 할머니는
왜 그렇게 말이 많다니?

 

소금 좀 넣어야겠다

 

당신이 애들 좀 맡아
처리할 일이 있어

 

그래,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긴 하지만

 

괜찮아?

 

약 가져다 줄까?

 

약 먹어도 소용없어

 

비타민 A가 든
야채 좀 갈아왔다

 

나도 방금
비슷한 거 만들었는데

 

그거 안 먹어요

 

천연탈취제 크림이야

 

칡과 시어버터로
만들었어

 

이따 토스트에나
발라 먹어야겠네

 

스프레이 타입 탈취제가
유방암을 유발할 수 있대

 

그럼 저걸 쓰면
암이 싹 낫는대요?

 

70년대 시트콤 의상은
왜 가져왔어요?

 

얘야, 이건
'빈티지'란다

 

킷한테 매력적으로
보여야 할 거 아냐

 

부부 생활이 중요한데
걘 너무 잘생겼잖니

 

나 그거
절대 안 입어요

 

그치만 밤일이
뜸해지면...

 

그러면 뭐요?

 

노력하지 않은
내 탓이라고요?

 

나도 노력 중이잖니

 

알아요, 엄마

 

니샤!

 

세상에
너무 반갑다!

 

안녕, 셰럴?
와줘서 고마워

 

그동안 고마웠어요, 샘

 

다신 안 보길
바랄게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자, 선물이에요

 

섹시 덩어리

 

폭풍의 언덕

 

엄마 주려고
음식 만들었어요

 

그래? 정말 고맙구나

 

바삭바삭한
누텔라 샌드위치예요

 

- 엄마 주려고 컵도 샀어요
- 차는 내가 끓였어요

 

아빠가 주전자 못 쓰게 해서
뜨거운 수돗물 탔어요

 

뜨거운 수돗물 차구나
고맙다, 얘들아

 

엄마는 지금
배가 안 고프지만

 

제스 이모는
차를 마시고 싶을 거야

 

- 한 잔 타올게요
- 아냐, 그냥 내 거 줘

 

바삭바삭한
누텔라 샌드위치?

 

식빵으로 만들었네?

 

임신 관련해서
새로운 소식은 없어요?

 

그게...

 

우린 더 이상 섹스 안 해요
번식을 위한 행위일 뿐이죠

 

체온과 자궁점액 상태가
맞아떨어질 때...

 

그때만 가까이 가는 걸
허락해 준다니까요?

 

두 사람은 어때요?
밤마다 이렇게...

 

아뇨

 

언제든 다른 여자와
자도 된대요

 

- 매우 사려깊네요
- 그렇죠

 

그래도 안 돼요

 

오늘 항암치료를
마쳤잖아요

 

이번 주말까진
기다려봐야죠

 

그래요, 밀리에게
시간을 좀 줘요

 

우리 둘이 섹스하는 게
쉽고 빠르겠네요

 

내가 그 말을 얼마나
기다린 줄 알아요?

 

성선자극 호르몬 주사가

 

난자의 성장을 촉진한대

 

부작용은 피로와 메스꺼움
부종이 있고

 

끝내주네

 

와, 멋진데?
그림 속 여신 같아

 

- 요즘 헬스 다니나 봐?
- 반가워

 

- 섹시한데
- 자기도 그래

 

잘 지냈어?

 

똑똑!

 

- 왔어?
- 안녕

 

지난 며칠간의 이슈
짧게 정리해줄게

 

좋아

 

얼마 전에
큰 계약 건을 따냈어

 

바로 M.I.A.와 내셔널!

 

그래, 이메일 봤어

 

우리 모두 밀리를
응원하고 있어

 

헤어스타일 예쁘다

 

- 가발이야
- 알아

 

- 돌아온 걸 환영해
- 고마워

 

할리 스트리트
불임 클리닉

 

내 난자를
다 훔쳐갔어

 

간식 뺏긴 애 같네

 

당신은 성공했어?

 

그래

 

컵이 너무 작아서
조준하기 힘들었지

 

여기저기 다 튀었어

 

정말?
얼마나 많이?

 

- 우리 아기들인데...
- 걱정 마

 

벽에 묻은 것까지
다 긁어 넣었어

 

다 내 거 맞겠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두려워하지 않기

 

자, 밀리

 

- 치료는 성공적입니다
- 하지만?

 

반전이 있는 거죠?

 

말투에서 느껴져요

 

아시다시피
종양학자와 제가 바랐던 건

 

부분절제술과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는 거였어요

 

하지만
검사 결과를 보니

 

현재로선 유방절제술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싫어요

 

밀리...

 

그래야 암이 완치될
확률이 높아져요

 

그럼...

 

한쪽만요?
아니면...

 

양쪽 다?

 

밀리의 상태는
3중 음성 유방암이고

 

유전자 검사 결과

 

양쪽 다 절제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제발 좀 받아, 제스

 

임신

 

쟈고!

 

자기야
이리 와봐!

 

이제 더 큰 보트가
필요하겠다

 

세상에
드디어 해냈어!

 

애는 그냥
서랍에 넣고 키우자

 

우린 디킨스 소설의
주인공이 아냐

 

세상에
믿을 수가 없어!

 

- 여보세요?
- 제스

 

혹시 밀리 만났어?

 

아니, 전화는 왔었는데
메시지는 안 남겼어

 

집에 올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다시 전화해도 돼?

 

- 그래
- 알았어

 

어디 가?

 

어딨는지 알 거 같아

 

우리의 중요한 순간을
밀리가 또 방해하네

 

텔레파시 같은 건가?

 

사랑해

 

20분만 줘

 

- 알겠지?
- 이리 와봐

 

앞으로 9개월 동안
쭉 이럴 거 아니지?

 

내 맘이야

 

저기요

 

아내가 임신했어요

 

- 축하해요
- 네

 

바텐더
술 더 갖다 줘!

 

오, 내 베프잖아!

 

나랑 찰떡궁합!

 

- 안녕, 베프
- 어서 와요

 

- 이 친구들은 누군데?
- 론과 제레미

 

- 새로 사귄 술친구들
- 반가워요

 

론과 제레미?

 

뭘 상상하시나요?
까만 거랑 하얀 거?

 

자, 이제...

 

자기 자리로 돌아가요!

 

지금 당장!

 

엉덩이는 두고 가
갖고 놀게

 

이게 뭐 하는 짓이야?

 

킷이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데

 

- 애도하는 중이야
- 누가 죽었어?

 

내 가슴

 

이제 곧...
안녕이야

 

정말 유감이다

 

바에 가야겠어

 

계산하러 간다고
잔소리쟁이야

 

여보세요, 킷?

 

지금 같이 있고
아무 일 없어

 

밀리, 괜찮아요?

 

내 이름 아네요?

 

좋아하는 손님 이름은
기억해요

 

신용카드에 써 있어요

 

그렇군요

 

뭐 좀 물어봐도 돼요?

 

네, 뭔데요?

 

이 가슴 보면
만지고 싶나요?

 

네, 당연하죠

 

큰 위로가 되네요
고마워요

 

언제든지요

 

- 언제든지?
- 네, 언제든지요

 

술만 취하면
너희 엄마처럼 행동하네

 

살면서 들은 말 중
최악이야!

 

지난번에도
내 차 운전해봤잖아

 

- 이 차 정말 싫다
- 왜 갑자기 세워?

 

- 너희 집 앞이야
- 너 운전 진짜 못한다

 

거의 우주선 수준이야

 

제스, 난 항상
매력적인 사람이고 싶었어

 

늘 확인받고 싶었지

 

내가 길을 걸을 때

 

누군가 내 엉덩이를
쳐다보는지

 

알잖아
다들 쳐다보는 거

 

맙소사
나 허영 덩어린가 봐

 

그러게

 

나를 꾸미는 데
시간과 돈을 쏟아부었지

 

보기 좋은데, 뭘

 

겉모습만 번지르르해
빈껍데기지

 

그리고 자아가 엄청...

 

강해

 

맞아

 

수술하면
돌연변이처럼 보일 텐데

 

누가 나한테
눈길이나 줄까?

 

 

이제 들어가

 

그 섹시한 엉덩이
집으로 옮겨

 

이런 바닥은
하이힐에 쥐약이야!

 

이탈리아 여자들은
어떻게 이런 길을 걷지?

 

들어갈게
벌써 보고 싶어

 

나도 보고 싶어

 

수술실

 

자, 우리 천사들

 

저녁 준비 다 됐다

 

- 피쉬 앤 칩스야
- 식당에서 사 왔죠?

 

아니, 생선과 감자를
사 와서 만든 거야

 

- 쉬야 냄새 나요
- 글쎄...

 

더 달라곤 안 하겠네

 

- 안녕, 얘들아?
- 오셨어요?

 

피쉬 앤 칩스
드실래요?

 

- 식당에서 사 왔니?
- 집에서 만들었어요

 

- 실망이네
- 맛없어

 

모두들 감사해요

 

쇼핑하셨어요?

 

의사 담당자한테
싸게 샀어

 

밀리 주려고

 

수술 후에
착용할 브라

 

뽕이 엄청 크네요

 

가슴 재건수술 전까지
쓰라고

 

수술이 잘돼야 할 텐데

 

위에 갖다 놓고 올게

 

그러세요

 

자, 얼른 먹자

 

어서 앉아

 

- 제스 이모
- 응?

 

우리 엄마 죽었어요?

 

뭐라고?

 

엄마 죽었냐고요

 

절대 아니야

 

지금 병원에 있어

 

내 친구 엘라는 엄마가 죽고
스쿠터랑 게임기 받았어요

 

너 게임기 때문에
엄마가 죽었으면 좋겠어?

 

그런 뜻은 아닐 거야

 

엄마는 오늘 밤에
집에 와

 

- 너 왜 그런 말 해?
- 나쁜 뜻은 아냐

 

- 물건 던지지 마
- 왜 그렇게 말하냐고!

 

- 싸움 그만!
- 이 바보 멍청이!

 

- 다들 진정하고 앉아
- 멍청이는 누나야!

 

가서 음식 좀
사 올까?

 

네!

 

그래, 다녀올게

 

잘됐네

 

의사 선생님이

 

수술은 잘됐대

 

- 이것 좀...
- 응

 

못 하겠어

 

나한테 안 보여줘도 돼

 

봐줬으면 좋겠어

 

알았어

 

세상에

 

자...

 

이리 와
괴물 가슴

 

붕대 새로 붙이자

 

뭐 줄까?

 

세럼...

 

- 어떤 건데?
- 녹색 병

 

비싸 보이는 거

 

조금만 더

 

아니, 위쪽으로
펴 발라야지

 

내가 피부관리사니?

 

- 나 잘하지?
- 때리진 말고

 

미안

 

고마워, 제스

 

킷이 잘 챙겨줄 거야

 

- 고마워
- 잘 자

 

어서 와

 

환자분 상태는
어떠신가요?

 

약 먹으니
몽롱하고 좋네

 

내 핸드백 좀
들어줄래?

 

싫은데

 

맙소사

 

좀 봐주라

 

입 벌려보세요

 

당신에게 늘
하고 싶었던 말이야

 

치즈...

 

자기, 이가
너무 많은 거 같아

 

정말로
이가 대체 몇 개야?

 

밀리한테 애기해

 

알아, 미안해

 

나만 좋은 일 있다고
말하기가 미안했어

 

숨긴 거 알면
더 서운해할걸

 

내가 킷한테 말할게

 

- 내 일이기도 해
- 쟈고!

 

내가 상황 봐서
밀리한테 직접 말할게

 

알았어
말 안 할게

 

혼자 맥주 맛있게
먹기 미안하군

 

그게 맥주가 아니고
풀이었음 좋겠다

 

당신이 입 꾹 다물게

 

더럽게 맛없네

 

- 자기 지금 너무 미워
- 그렇겠지

 

호르몬이 넘쳐서 그래
한 대 패주고 싶어

 

그러지 말고 뽀뽀를
퍼부어주지그래?

 

그만 가야겠다

 

이게 뭘까?

 

- 다 챙겼어?
- 모유 착유기네

 

이걸로 가슴이
더 커지진 않아

 

도와줄까?

 

셔츠 벗어

 

멋지네

 

하고 싶은 말 있어?

 

음...

 

그런 거 아냐

 

아니, 그게...

 

그게 아니라고

 

이런 멍청이

 

가슴은 잘 지내요?

 

뭐라고요?

 

죄송해요
한동안 못 봐서요

 

세상에...

 

에이스, 맞죠?

 

제 이름 기억하시네요?
제가 특별한가 봐요

 

요즘도 사람들한테
가슴을 보여주나요?

 

이제 아무에게도
안 보여줘요

 

그것 참
애석한 일이네요

 

글쎄, 어디 쓰레기통에
들어있지 않을까 싶네요

 

잘라냈거든요
양쪽 다

 

오늘 쉬는 날이에요?

 

아뇨, 바텐더 일
그만뒀어요

 

- 더 좋은 데 취직했어요
- 어딘데요?

 

북쪽에 있는
'요크셜'에 가려고요

 

- 요크셔
- 네, 요크셔

 

가족들이 거기 살거든요

 

그냥 재밌을 거 같아요

 

여기저기 떠도는 편이죠

 

보고 싶을 거예요

 

할로윈인데 커피는 좀
아쉽지 않아요?

 

그러게요

 

시원한 맥주 한잔
때리고 싶네요

 

미친 짓
한번 해볼까요?

 

일상에서
벗어나 보자고요

 

뭘 산 거예요?

 

할로윈 소품?

 

이게 뭐래?

 

본인이 직접
쓰려고 산 거죠?

 

날 너무 잘 아시네

 

화장실 좀
가야겠어요

 

보여줄 게 있으니
따라와요

 

들어와요, 여기
작은 양조장이 있어요

 

바람이 엄청 심할 때
바다에 나가서

 

집에 몇 달씩
안 들어오는 일 말고

 

다른 일 하면 안 돼?

 

그만한 돈은 못 벌어

 

신장이라도 팔면 모를까

 

그럼 차도 살 수 있어

 

아기 침대로 쓸
서랍장도 살 수 있고

 

그 일 하기로
이미 결정된 거지?

 

언제 떠나는데?

 

나도 몰라
날씨 상황 봐서

 

날씨가 아주
나빠질 때까지 기다릴걸?

 

젠장!

 

- 한참 기다렸어
- 늦는다고 했잖아

 

나 좀 늦었다고
누가 신경이나 쓴대?

 

모두들

 

서프라이즈!

 

생일 축하해!

 

'조지'란 이름의
왕이 있었어

 

그는 크고 둥근 걸
좋아했지

 

이런 파티인 줄
전혀 몰랐어

 

킷이 다 준비한 거야
마음은 고맙지만 좀...

 

나한테 화내지 마
진짜 몰랐어

 

멋진 사진들이 있으니
보여줄게요

 

이건 이비자 섬에
갔을 때 사진인데

 

이 두 사람이
2주 동안 사라졌었죠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라 그래요

 

이게 바로
그때 사진이에요

 

환각성 독버섯을
먹고 난 뒤였어요

 

자, 여기까지 하죠

 

- 주인공이다!
- 한마디 해요

 

- 오늘 와주셔서 감사해요
- 공짜 술이다!

 

먼저 저의 40번째 생일이
아님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성대한 파티 고맙지만
아직 40살 아니에요

 

고마워, 키라

 

다들 비싼 음식 즐기고
초콜릿 씹어가면서

 

내 가발과 가슴의 상처를
힐끗거리는 거 다 알아요

 

이거 놔

 

또 뭐 있지?

 

맞다!

 

아직 안 죽었으니
그걸 위해 건배하죠

 

아직 안 죽었대!

 

뭐?

 

- 내가 좋아할 줄 알았어?
- 당신 마음을 모르겠어

 

- 이러지 마
- 손 저리 치워!

 

공짜 술
못 먹는 거 아니지?

 

졸졸 쫓아오지 마

 

잠깐만...
그만 좀 해

 

뭐? 자기는 20대 내내
위스키 달고 살았잖아

 

그래
이젠 철들었지

 

파티로 돌아가자

 

- 싫어, 형편없는 파티야!
- 난 즐기고 있어

 

잘됐네, 오늘 주인공은
당신이니까

 

멋진 남편으로
주목받아 좋겠다

 

그래, 나 좋자고
당신이 좋아하는 식당에

 

당신 친척까지
다 불렀다!

 

기름값 47.5파운드
나중에 갚을게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려고

 

얼마나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지 몰라서 그래?

 

애썼네

 

이 사람들 그대로
내 장례식에 부르면 되겠네

 

잠깐만!

 

- 너 괜찮아?
- 아니!

 

이런 걸 어떻게
다 참아요?

 

- 꺼져!
- 진정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점점 심해지네요

 

- 내 아이들의 엄마잖아요
- 진정해요

 

들어갑시다

 

10년 동안 같이 살았는데
어쩜 저래?

 

난 그냥 우리 넷이서
같이 저녁 먹고 싶었다고!

 

누가 날 보면서
불쌍한 듯 말하잖아

 

"밀리, 좋아 보인다"

 

그럼 속이 다 뒤집혀!

 

내가 좀 심했나?

 

기사님
그냥 쭉 가요, 쭉!

 

잠깐, 너희 집
가는 길 아니잖아

 

집에 안 가

 

여기로 가주실래요?

 

유리 조심해요

 

엄청 멀어요

 

이해를 못 하시나 본데

 

여기 아주 짱짱한
신용카드가 있고

 

팁도 후하게 드릴게요

 

네, 알겠어요

 

지도 좀 보자
이리 줘봐

 

4백 킬로나 되잖아?

 

저는 여기서
내려주세요

 

멈추지 말고
계속 달려요!

 

제스, 그냥
모험이라 생각해

 

벽난로 있는 방
하나 잡아서

 

불 쬐면서
케이크나 먹자

 

오늘 내 생일이잖아!

 

좋아, 이렇게 하자

 

내가 깨끗한 옷이랑
속옷 구해다 줄게

 

너 엄청 깔끔하니까

 

왜 나를 이런 일에
끌어들이는 거야?

 

잠깐 세워주세요

 

저기 가게가 있네

 

깨끗한 속옷을
곧 대령하겠습니다

 

금방 다녀올게

 

길 건널 때 조심해

 

자기야
무모한 짓인 줄 아는데

 

밀리는 북부 황야지대에
늘 가보고 싶어 했어

 

'폭풍의 언덕' 알지?

 

문학 소녀라도 돼?

 

어디서 묵을 건데?

 

아직 몰라

 

더 이상은 못 참겠어

 

임신했다고 말할게

 

그럼 다 해결되나?

 

밀리가 제멋대로 할 때마다
끌려다니지 마

 

암 걸린 친구가 부탁해도
거절하려고 노력할게

 

- 이제 다 나았잖아
- 의사 나셨네

 

또 전화할게

 

제 아내도...

 

암에 걸렸었죠

 

이런 일탈이라도
해볼 걸 그랬네요

 

친구를 위해
좋은 일 하시는 겁니다

 

쇼핑 진짜 오랜만이다
좀 비켜봐

 

진짜 재밌었어
기분 끝내준다!

 

너 술 냄새 지독해

 

보드카 사 왔어
같이 마시자!

 

자, 이것 봐

 

하이킹할 때 필요한
부츠도 샀어

 

장하다
모자도 샀네

 

빅벤, 안녕

 

- 잠옷도 샀어?
- 그럼!

 

작고 섹시한 것들로
잔뜩 사 왔어

 

볼륨 좀 키워요!

 

오, 삶은

 

거대한 것

 

그대보다도

 

넌 내가
아니잖아

 

런던을 벗어나는 거야!

 

황야여, 우리가 간다!

 

저기요

 

- 이름이 뭐예요?
- 아흐메드

 

아흐메드?

 

하워스다!

 

어머, 어떡해!
황야지대야!

 

브론테의 나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기 양들이 있어!

 

- 여기예요, 여기!
- 차 좀 세워줘요

 

내려줘요!

 

"오, 나의 히스클리프!"

 

"오, 맙소사!
믿을 수가 없어!"

 

"너 없인 살 수 없어"

 

"넌 내 생명이자
영혼이야"

 

- 진짜 여길 오다니!
- 나도 안 믿겨!

 

잠깐, 나도 찍을래

 

그건 꿈이었을 뿐야

 

저 구석에
내가 있지

 

조명 속에도
내가 있어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어

 

널 따라가려
애써보지만

 

도무지 자신이 없어

 

다 부질없는 말이야

 

할 말이
더 남았는데

 

- 아흐메드, 같이 춤춰요!
- 아뇨, 난 됐어요

 

- 이리 와요!
- 춤 못춰요

 

고마워요, 아흐메드
당신 진짜 착해요

 

아흐메드!

 

이 춤꾼 같으니라고!

 

- 좋은 시간 되세요
- 운전 조심해요

 

손님 방은
'에밀리 스위트'예요

 

꼭대기 층이고
황야지대 전망에

 

고급형 침대와
가스 벽난로가 있어요

 

이쪽 분은
'브랜웰' 방인데

 

1층에 있고
화장실은 공용이에요

 

난 자러 가도 되죠?

 

네, 우리 모두
자러 가야죠

 

- 같이 자는 건 아니고
- 그렇지

 

감사해요

 

이런 잠옷은
처음 입어 봐

 

너무 피곤하다

 

- 나 여기서 자면 안 돼?
- 빨리 자야겠다

 

안 돼, 넌
'브랜웰' 방에 가서 자

 

돈도 다 냈다고

 

근데 브랜웰이 누구라고?

 

실패한 알코올중독자이자
에밀리 브론테의 오빠

 

참 매력적이지?

 

밀리...

 

할 말이 있어

 

여보세요?
죄송하지만...

 

화끈한 거
주문하셨죠?

 

고양이 한 마리가
여기 있네요?

 

당신 새 직업
맘에 드는데?

 

요크셔에 온 걸
환영해요

 

쟤가 쳐다보고 있어서
못 하겠어

 

케빈

 

누워서 쉬어

 

얼른 자

 

봤죠?

 

아니, 왜 그래요?

 

- 문제 있어요?
- 그게...

 

내가 불쌍해서 이러는 거
아니라고 말해줘

 

나한테 정말
성적인 매력을 느껴?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난 달아오를 자신 있어요

 

그렇군, 와우

 

당신을 가방 안에
넣고 다니면서

 

하고 싶을 때마다
꺼냈다가 넣기도 하고

 

진짜 그럴 거 같은데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요?

 

당신 진짜 섹시해요

 

이유는 간단해요

 

우리 할머니
잠 깨시면 안 되는데

 

여왕 대관식 때 이후
늦게 주무신 적 없어요

 

눈 감아요

 

눈 감으라니까

 

- 눈 감았어요?
- 응

 

당신 상처 아름다워요

 

기분 좋게 해줄게요

 

영국식 아침식사로 할게요
차와 오트밀도 주세요

 

배가 많이
고프신가 봐요

 

버터 바른 토스트도
주시겠어요?

 

이런, 어쩌지

 

제스

 

그를 만나러
와야만 했어

 

놀랍지 않아?

 

대머리에 가슴이 없어도
날 섹시하게 봐준다고

 

너 미친 짓 하는 거
많이 봐왔지만

 

이번이 최악이다

 

너에겐 남편이 있어

 

그 사실을 잊었어?

 

킷은 날 만지긴커녕
쳐다보지도 못해

 

그래서 이게
해결책이야?

 

누군가가 내 몸을 다시
만지는 기분이 어떤지 알아?

 

- 내 허락이 필요해?
- 그럴 리가

 

네 가정을 산산조각
낼 수도 있는 일이야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

 

가정을 지키는 게
대체 뭔데?

 

애들 둘을
힘들게 키우면서도

 

늘 마음 한켠에
남아있는 감정이 있어

 

- 두려움이야
- 심오한 척하지 마

 

벌써 잊었나 본데
나 시답잖은 환자거든

 

내가 잊었다고?

 

암 걸렸으면 다야?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든
널 돌보려고 애쓰는데

 

넌 네 멋대로 굴잖아!

 

철없는
10대 소년도 아니고!

 

그렇게 생색내고 싶었어?

 

너 진짜 이기적이다
옆에 있기도 싫어

 

그래, 작고 아늑한
하우스 보트로 돌아가

 

걱정거리라곤 비 올 때
쿠션을 들여놓는 정도겠지

 

세상에, 제스...

 

임신테스트기 확인할 때
네가 옆에 있었지

 

출산할 때도 항상
네가 옆에 있었고

 

근데 넌 나한테
말도 안 해주다니

 

내가 그때까지
못 살까 봐 그런 거지?

 

난 네 아이를
볼 수 없을 테니까

 

- 집에 가고 싶어
- 이제 와서?

 

여기 계속 눌러살 줄
알았는데 놀랍네!

 

누군가 나를
있는 그대로 봐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서
여기 온 거라고!

 

- 마지막 기회였지
- 아니

 

네가 400킬로를 달려
여기까지 온 건

 

바텐더와
자고 싶어서였어!

 

이제 정말
지긋지긋하다

 

- 집엔 혼자 알아서 가
- 그럴 거야

 

가발이나 고쳐 써
보기 흉하니까

 

놀래라

 

제스, 나야

 

- 전화를 계속 안 받네
- 쟈고!

 

자기야!

 

어떻게 된 거야?

 

괜찮아?

 

좀 다쳤어

 

- 어쩌다가?
- 자기야, 미안해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10% 할인해준다고 생각해봐

 

엄마, 어디 갔다 와?

 

엄마!

 

가서 숙제 마저 해

 

태반이 살짝
분리되긴 했네요

 

다음 주에
경과를 지켜보죠

 

여왕의
성탄절 기념 축사

 

크리스마스 선물
고마워

 

밀리한테
뭐 받았어?

 

여권은 챙겼어?

 

비행기 표는?

 

내 사진은?

 

- 해피 뉴 이어
- 해피 뉴 이어

 

더 이상
놀래키지 마

 

약속할게

 

이건 엄마야
내가 가슴 만들어줄게

 

- 더 크게 만들어줘
- 엄마!

 

가슴수술 받게 되면
정말 멋질 거야

 

경과는 어떻대?

 

제스 이모만큼
크게 만들어줄게

 

쿠키 반죽이
모자라지 않겠어?

 

- 밤에 이모도 와?
- 당연히 오겠지

 

엄마가 머리 아픈가 봐

 

아니, 안 아파!

 

얘들아, 오늘 밤엔
가족끼리 모일 거야

 

학교에서 상 받은 거
말해줘야 하는데

 

전화해도 돼?

 

엄마, 제스 이모
전화번호가 왜 없어?

 

미란다

 

- 로즈힙 차를 가져왔어
- 감사합니다

 

좀 앉으세요

 

몸은 좀 어때?
괜찮아?

 

문제가 좀 있었어요

 

저런...
밀리도 아니?

 

걘 나한테 말을 안 해

 

내가 하는 건
다 잘못됐대

 

원래 그래요

 

날 벌주는 건지도 몰라

 

자기가 원하는
엄마의 모습이 아니라서

 

내가 틀리면
언제든 지적해주렴

 

내가 밀리 곁에
없었던 건 맞아

 

전 세계를 돌아다니느라
집에는 늘 없었고

 

이혼했다 재혼했고
애인은 늘 바뀌었고

 

이기적이었지

 

배우로서 멋진 경력을
가지고 계시잖아요

 

맞아

 

전 지금 극적인 일들을
감당하기 버거워요

 

그런데 밀리는
항상 극적이죠

 

제스, 부탁이야

 

밀리를 좀 도와줘

 

걔가 극적인 거 아는데
그래도 우리의 밀리잖니

 

의사 선생님

 

이 짜증 나는 두통에
잘 듣는 약 없나요?

 

밀리...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마세요

 

익숙한 표정이에요

 

MRI 결과가 나왔는데

 

가장 우려했던
상황입니다

 

정말 유감입니다

 

얼마나 남았어요?

 

방법이 없대

 

화장실은
고객 전용입니다!

 

세상에

 

너 엄청 달라 보인다

 

달라지긴 했지

 

제스, 정말 미안해

 

지팡이 짚고
다니는 거야?

 

암이 뇌에 전이됐어

 

의사 말로는 눈알 뒤쪽에
암세포가 숨어있대

 

생굴처럼...

 

끈적끈적한 생굴 알지?

 

맛있는데...

 

장님이나 다름없지

 

그래서 그거
쓰고 있구나?

 

새 액세서리야

 

여기까진
어떻게 온 거야?

 

운전해서 왔지

 

바보같이

 

만화에 나오는
'미스터 망구'처럼...

 

- 엄청 천천히 달렸어
- 너 진짜 닮았다

 

암세포를 그냥
잘라내면 안 된대?

 

그럼 뇌도 같이
잘라내야 돼

 

가슴도 자르고
뇌도 자르고?

 

방사선 치료나 약물 치료는
불가능한 거야?

 

손쓸 방법이
별로 없어

 

내 몸이 다 거부해

 

이런 소식들
다시 들려줘서 고마워

 

이리 와봐

 

근데 너 머리카락이
너무 예쁘게 자랐다

 

넌 몸은 좀 어때?

 

별다를 거 없어

 

아닌 거 알아

 

네가 뇌암이라는데

 

치질 따위를
어떻게 들이밀겠어

 

개코원숭이 엉덩이처럼
빨갛게 부었다니깐?

 

완전 끔찍해

 

병원에서 방석을 줬는데

 

- 도넛 모양이지?
- 맞아

 

익숙하네

 

사실 태아 상태도
썩 좋진 않아

 

왜, 무슨 일이 있었어?

 

요크셔의 황야지대를
뛰어다니다가

 

넘어졌거든

 

미안해

 

그래서 더 이상
충격받으면 안 돼

 

가령 베프가
갑자기 나타나서

 

곧 죽는다고
말하는 것처럼?

 

킷이랑은 잘 지내?

 

킷이랑?

 

더럽게 못 지내지

 

킷한테 잘해줘

 

우리 자기
어떻게 지내?

 

검사 결과는 어땠어?

 

있잖아

 

밀리가 나타났어

 

검사 결과에?

 

뇌에 전이됐대

 

걔 지금
엄청 아파

 

빨리 집에 와

 

이제 얼마 안 남았어

 

보고 싶어

 

나도 보고 싶어

 

배 좀 보여줘

 

우리 아기가
저기 들어있군

 

쟈고?

 

자기야

 

이런...

 

고백할 게 있어

 

이제 말할 수 있겠어?

 

난 좋은 사람이 아냐

 

당신에게 상처를 줬고...

 

변명의 여지가 없어

 

- 내가 아는 놈이야?
- 아니

 

아직도 만나?
정리된 거야?

 

 

당신 눈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어

 

그래서 아예
쳐다보지 않았지

 

- 날 봐줄 사람이 필요했어
- 알아

 

모든 게 변해서 당신을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몰랐어

 

세상에, 바보 같긴

 

우린 시간을 낭비했어
함께할 시간을...

 

당신만 놔두고
죽고 싶지 않아

 

당신 없이 어떻게...

 

방으로 올라와

 

옷 다 벗고

 

당장!

 

여자야, 남자야?

 

구분이 잘 안 돼
다들 중성적이야

 

콧수염 그리지 마
좋아하는 모델이잖아

 

아냐, 얘 싫어

 

나보다 나이 많을 텐데
20대 같잖아

 

피어싱도 하고

 

내 묘비에
나이는 빼면 안 될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될 거 같은데?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기 쉬운 상황이지만

 

이렇게 젊어서 죽은 걸
굳이 남길 필요는 없잖아

 

생일파티 땐 괜히
한 살 깎으며 심통부리더니

 

철들었네

 

천국이 정말
있었으면 좋겠어

 

나 불쌍하지?

 

안 불쌍해

 

좀 위선적이긴 해도

 

흰 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천국이 있으면 좋겠어

 

- 나를 들여보내 줄까?
- 통과 기준을 낮춘다면

 

오늘 호스피스 한 곳에
다녀왔어

 

호스피스는 왜?

 

초호화 스파나 즐기며
휴양하려고

 

안 돼

 

호스피스에 들어가면
다신 못 나와

 

너도 마음을 비워

 

난 비웠어

 

네가 태어났을 때

 

엄마는 가만히
누워 있었어

 

- 배에 23바늘 꿰매고?
- 그래, 그 후에

 

너를 내려다보면서
알게 되었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널 사랑하고 있다는 걸

 

벤보다도?

 

벤도 똑같이 사랑해
걘 그때 없었잖아

 

너를 보면서 다짐했어

 

이렇게 결심했지

 

어떤 어려운 일이 와도

 

항상 너를 돌보겠다고

 

그런데 있잖아
엄마가...

 

더는 옆에서 돌봐주지
못할 것 같아

 

왜?

 

엄마의 건강이
나아지지 않고 있거든

 

항암치료하고 약 먹어서
낫는 거 아니었어?

 

이제 안 아픈 줄
알았는데

 

한동안은 나아졌지
그런데...

 

이제 효과가 없어

 

그러면...

 

그래도
죽는 건 아니지?

 

싫어!

 

그럼 이제 누가 돌봐줘?
내가 커서...

 

- 여자들만의 비밀이 생기면?
- 아빠가 있잖아

 

- 치, 그게 뭐야
- 아빠도 다 알아

 

할머니랑
제스 이모도 있고

 

안 죽을 수도 있잖아

 

오, 내 새끼...

 

기억해, 엄마가 항상
네 곁에 있을 거야

 

무슨 소리야?
그게 무슨 뜻이냐고!

 

- 이렇게 하는 거 맞아?
- 그래, 예쁘게 잘 접었네

 

넌 호스피스에
같이 못 가, 바보야

 

생 어거스틴 호스피스

 

밀리는 좀 어때요?

 

진통제 때문에
몽롱한 상태예요

 

애들은요?

 

벤은 선생님에게
꺼지라고 욕을 했고

 

스칼렛은 밀리 허락받고
귀를 뚫었어요

 

성탄절에 킷이 애들이랑
뉴욕에 다녀오게 도와줘

 

내가 못 살아

 

공항에서 여기 오는 동안
너무 우울하더라

 

여기 너무 예쁘다

 

사람들이 카페에 앉아서
불평만 해대더라고

 

- 잘 지내셨어요?
- 글쎄, 신나진 않네

 

여긴 허브티도
못 가져와

 

- 엄마, 5분만요
- 그래

 

가서 차 한잔
마셔야겠다

 

- 좀 이따 봬요
- 그래

 

엄마가 쉬지 않고
계속 떠들어

 

저 상자 좀 줘

 

너한테 줄 게 있어

 

너 임신한 이후로
샌들만 신는데

 

자꾸 신경이 쓰이더라고

 

뭐, 편하기도 하고
요즘 유행이잖아?

 

아냐, 제스
그렇지 않아

 

한물갔어

 

널 위해
준비한 거야

 

어머나

 

새 거야

 

여기 두긴 아까워

 

너 정말
가는 거 맞구나

 

아니면 가장 아끼는 구두를
왜 주겠니?

 

아기 나올 때까지
버텨야지

 

그래

 

우리 애들이
날 잊지 않게 해줘

 

우리 추억도
다 들려주고

 

네가 날 가장 많이
봐왔으니까

 

경찰관한테 주먹 날리고
쓰레기통에 토한 것도?

 

철없던 학창시절은
편집해주라

 

알았어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계속 얘기해줘

 

자, 어서 신어봐

 

아이고

 

이래도 되겠지?

 

굽이 17센티는 되겠다

 

- 여자들은 누구나
- 이런 걸 좋아하지

 

생각보다
걸을 만하네

 

이 구두 신을 때마다
내 생각 해줄래?

 

뭘 신든
생각할게

 

쟈고는 내 샌들 좋아해

 

못 말려, 진짜

 

- 여보세요?
- 자기야!

 

쟈고입니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요

 

자고 있거나
일하는 중일 겁니다

 

아기가 예정일보다
일찍 나오려나 봐

 

집으로 돌아와
얼른!

 

어떡해

 

전화 좀 받아

 

- 제발...
- 여보세요?

 

아기가 나오고 있어

 

오, 제스!

 

나 좀 도와줘

 

그래, 내가 갈게

 

금방 갈 테니
진정해

 

내 신발 좀...

 

아기가 나온대
내가 가야 돼

 

당신이 어떻게 가?
제스가 알아서 할 거야

 

애는 조산사가 받는 거지
모르핀 건들지 마!

 

- 쉬잇
- 말리지 마, 킷

 

그럼 간호사 부른다

 

엄마

 

나 꼭 가야 돼

 

못 말리겠네
휠체어 가져올게

 

일으켜 줄게

 

일어나 보자

 

괜찮니?

 

신발 챙겨라
택시에서 신으면 돼

 

- 안경은 챙겼어?
- 응

 

휴대폰은?

 

이것도 챙기고

 

이제 출발이다

 

여기서 기다려

 

엄마?

 

별다른 문제는
없으시죠, 선생님?

 

환자가 두통을 호소해서
바깥 공기 좀 쐬려고요

 

엄마가 10년 전에
의학드라마 한 거 알지?

 

써먹을 날이
올 줄 알았어

 

- 좀 도와주세요
- 네, 손님

 

앰뷸런스
안 타도 돼요?

 

20분 안에 런던 시내로 못 가면
그쪽이 앰뷸런스 타야 할걸요?

 

남자가 힘 안 쓰고 뭐해요?
어서 들어올려요

 

엄마 아직 멋지네

 

- 밀리를 불러줘요
- 심호흡해요

 

4-4-5-6
쟈고 오리어리

 

즉시 전화하세요
반복, 쟈고 오리어리

 

4-4-5-6번으로
전화하세요

 

더 빨리 못 가요?

 

빨리 가고 있어요
런던 들어왔잖아요

 

진통제 좀 주세요

 

위성 네비게이션이나
GPS 있어요?

 

잔소리가 너무 많았죠?
알아요, 미안해요

 

여기서
좌회전해야죠!

 

- 우버 택시를 부를걸
- 다 왔어요

 

뭐야?

 

잠 좀 자자고, 친구

 

아내가 애 낳는 것 좀
보자고, 친구

 

뭐, 지금?

 

저기 있다!

 

- 저 병원이네
- 네

 

- 얼마예요?
- 돈 안 받을게요

 

신호가 안 잡혀

 

나도

 

오, 제발...

 

여긴가 보다

 

- 잘했어요, 한 번 더...
- 제스!

 

이제 애 낳아도 돼

 

- 네가 와서 기뻐
- 나도

 

이렇게 아픈 거라고
왜 말 안 했어?

 

배지가 없으시네요?

 

저 의사 아니에요

 

설명하자면 길어요
쟤 엄마예요

 

어떻게 이걸
두 번이나 했어?

 

나도 몰라

 

- 연결이 안 되네
- 침대 위로 옮겨봐

 

알았어

 

어깨 좀 그만 문질러

 

그냥 배를 갈라서
애를 꺼내면 안 될까?

 

- 얘 원래 되게 착해요
- 아냐, 안 착해!

 

너무 못돼서
지금 이렇게 아픈 거야

 

- 나 이거 못 하겠어
- 제스, 나 좀 봐

 

-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 어떤 기분인지 알아

 

뱃속에 있는 파인애플을
꺼내는 거 같지?

 

- 응
- 다 알아

 

그래도 네 인생에서
가장 기쁜 일이 될 거야

 

그러니 계속 힘줘

 

계속 힘줘
넌 할 수 있어

 

알았어
다시 해볼게

 

좋아요

 

신호 잡혀?

 

- 안 잡혀
- 잠깐...

 

됐다, 잡혔어!

 

좋아, 잘하고 있어

 

쟈고 전화야

 

어떻게 받는 거지?

 

통화 버튼 눌러

 

미란다?

 

쟈고, 안녕

 

- 아내가 할머니였어?
- 저 사람 아니야

 

미란다, 제스한테
카메라 돌려봐요

 

알았어, 그럴게

 

이 나쁜 놈

 

어떻게 이런 순간에
내 옆에 없는 거야?

 

자기야, 정말 미안해
나도 거기 있고 싶어

 

- 정말 같이 있고 싶다
- 애 나오기 직전이야

 

미란다
아래쪽을 보여주세요

 

아기가 나오는 모습을
직접 봐야겠어요

 

- 정말 봐야겠어?
- 네, 어서요!

 

그래, 이보다 심한
영화도 찍어봤으니까

 

조금만 더 힘내요

 

그렇죠
바로 그거예요!

 

아기가
나오고 있어요

 

힘내요

 

자기야, 힘내!

 

- 이제 거의 다 끝났어
- 그래, 알았어

 

힘줘, 힘줘!

 

잘하고 있어

 

- 조금만 더 힘내, 자기야
- 힘줘, 힘줘!

 

머리가 보여!

 

나온다! 나온다!

 

아기다!

 

사랑해, 제스

 

잠깐만
아들이에요, 딸이에요?

 

아주 아름다운...

 

이런 젠장!

 

수건 좀 갖다 주세요

 

아빠에게 보여줄
사진 찍어드릴게요

 

활짝 웃어요

 

보기 좋네요

 

자기야

 

세상에...

 

- 우리 아들!
- 너무 예쁘지?

 

세상에나

 

이 책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이 책 어디서 찾았어?
말도 안 돼

 

너무 많이 웃어서
눈물이 날 지경이야

 

반대로 말했잖아

 

착한 놈인지
나쁜 놈인지도 헷갈려

 

영국식으로 하자
차 한잔 마셔

 

너 살 안 빼도
예쁘단 뜻 같은데

 

그래도 속옷은
바꾸는 게 좋겠어

 

보드카 토닉

 

뭐라고?

 

뭐라고 했어?

 

보드카... 토닉

 

보드카 토닉이
마시고 싶어?

 

아니

 

미리 주문해 두는 거야

 

저 위에 가서 마시려고?

 

사랑해

 

잘했어

 

- 그릇
- 그렇지, 똑똑해라

 

얘들아, 점심 먹자

 

준비 다 됐어

 

죽기 전, 밀리는 킷에게
재혼 안 한다는 약속을 받았다

 

자신의 죽음을 충분히
애도할 기간까지 말이다

 

재혼 상대 1순위로
나를 꼽은 것 같지만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 같다

 

두 번째 아기는
비교적 수월했다

 

미란다는 새로 출연한
드라마가 꽤 히트를 쳤고

 

새로운 연애도
시작했다

 

저 커플이
잘됐으면 한다

 

나에게도
변화가 있었다

 

새로운 베프를
두 명 사귀었고

 

강아지도 키운다

 

하지만 밀리가
기뻐할 만한 소식은

 

그 무엇도 밀리의 빈자리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뭐...

 

거의 그렇다

 

감독
캐서린 하드윅

 

"미스 유 올레디"

 

번역 DAL

 

감수 국경주(Chole)